♤ 바람의 경전 ♤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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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입력 입력 : 24-10-08 21:14본문
산모퉁이 하나 돌 때마다
앞에서 확 덮치거나 뒤에서 사정없이 밀쳐내는 것
살랑살랑 어루만지다 온몸 미친 듯 흔들어대다
벼랑 끝으로 확 밀어버리는 것
저 안을 수 없는 것
저 붙잡을 수도 가둘 수도 없는 것
어디서 언제 기다려야 할 지 기약할 수조차 없는 것
애비에미도 없이 집도 절도 없이 광대무변에서 태어나
죽을 때까지 허공에 무덤을 파는,
영원히 펄럭거릴 것만 같은 무심한 도포자락
영겁을 탕진하고도 한 자도 쓰지 않은 길고긴 두루마리
몽땅 휩쓸고 지나가고도 흔적 없는
저 헛것 나는 늘 그의
첫 페이지부터 다시 읽어야 한다
/김해자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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