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작성자 군위넷 댓글 0건 작성일 20-10-11 21:38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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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 몸을 때려 울리는 종은

스스로 소리를 듣고자 귀를 만들지 않는다.

 

평생 나무와 함께 살아 온 목수는

자기가 살기 위해 집을 짓지 않는다.

 

잠든 아이의 머리맡에서 기도하는 어머니는

자기 자신을 위한 기도를 드리지 않는다.

 

우리들, 한번은 다 바치고 돌아와

새근 새근 숨쉬는 상처를 품고

지금 시린 눈빛으로 말없이 앞을 뚫어 보지만

우리는 과거를 내세워 오늘을 살지 않는다.

 

우리는 긴 호흡으로 흙과 뿌리를 보살피지만

스스로 꽃이 되고 과실이 되고자 하지 않는다.

내일이면 모두가 웃으며 오실 길을

지금 우리 젖은 얼굴로 걸어 갈 뿐이다.

 

오늘

다시 새벽에 길을 떠난다.

 

참 좋은 날이다.


- 박노해 시인의 글 -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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